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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의 고민 그리고 성공한 귀농인의 공통점

치유론자 쟌 발행일 : 2023-02-19

귀농귀촌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은 남들보다 늦게 출발한다는 것이다.

귀농귀촌이 변화라는 것은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귀농귀촌은 기존의 농업과 농촌 사회에 몸담은 사람에 비해서 후발주자이고 미숙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선발주자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모든 귀농귀촌인들이 고민하는 것이 이 지점이다.

 

귀농인의 고민 그리고 성공한 귀농인의 공통점

귀농인의 고민 VS 귀촌인의 고민

사업적이라고 함은 농업의 수확량과 소득을 전국 농업인의 평균 언저리로 맞추는 것이다.

비사업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농촌의 삶이 도시의 삶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농사의 양과 질을 높이기 위한 생산성 향상과 마케팅이 필요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거, 환경, 교육, 보건, 복지, 인간관계 등의 생활 만족도와 관련된 부분이 좋아져야 한다. 이런 이야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많은 해법이 나와 있다. 그러나 해결이 안 된다. 수십 년 농사를 지은 베테랑의 노하우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귀촌 생활은 하면 할수록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명분 찾기가 참 어렵다.

 

스토리텔링으로 고민 해결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스토리텔링이다. 평범한 사람에게 없는 것이 스토리(story)이고 평범한 사람들이 못하는 것이 텔링(telling)이다.

 

스토리텔링.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어떻게? 그럴싸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은 모두 아는 개념이므로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다.

농촌이야말로 스토리텔링이 참 중요하다. 마을이나 농장은 자체가 상품이다. 그러므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가는 자기 농산물이 제일 맛있다고 한다. 그리고 옆의 농장을 가면 자기네 농산물이 제일 맛있고 영양가가 높다고 한다. 모두 자기 것이 최고라고 말한다.

지역 특산물도 마찬가지다. 겨우내 맛있게 먹고 있는 사과만 해도 지역마다 경쟁한다. 어느 지역이 더 맛있는지 모른다. 자기 고장 사과가 최고라고 선전하니 어느 사과를 고를지 모른다. 그런데도 꾸준히 어떤 사과를 골라 먹고 있다. 내가 그 사과의 당도와 숙성 여부를 측정해서 고르는 것이 아니다.

나름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 ‘스토리텔링’이다.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 사과를 고른다. 그 사과와 관련된 에피소드, 인물, 역사, 사건, 추억을 소환해서 고른다. 피부에 좋고 정력에 좋고 맛이 최고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것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순창하면 고추장이다.

순창고추장
순창고추장

 

순창을 생각했을 때 다른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순창에 가면 임금님표 고추장이 있다. 그 임금님은 태조 이성계이다. 순창 장류 축제를 가면 태조 이성계가 왔다 갔다 한다. 태조 임금이 순창에서 고추장을 먹고 기운을 내어 조선을 창업했다는 스토리가 있어서 축제 때 어김없이 나온다.

그러나 고추라는 것은 임진왜란 때 일본에서 전래하여 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조선 초에는 고추도 없고 고추장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태조 이성계와 고추장 이야기를 한다. 거짓말일 수 있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냥 넘어간다. 재미있으니까 말이다.

 

오히려 그 때문에 고추가 조선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는 연구를 하는 이도 있다. 전 한국식품연구원 원장 권대영이 쓴『한식 인문학』에서는 고추가 한반도에서 시작이 되었다고 30쪽이 넘게 주장한다. 순창 고추장이 유명한 것은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세종이 여주 쌀 먹었을까?

여주쌀
여주쌀

 

여주에 가면 임금님표 쌀이 있다. 여기 임금님은 세종대왕이다. 여주에 세종의 능이 있다. 영릉이다. 그래서 임금님표 쌀이다. 경기미 중에 여주, 이천 쌀을 매우 높게 쳐주는데 여주는 임금님을 내세웠다. 잘 팔린다. 세종대왕께서 즐겨 드셨다는 쌀이라는데 호감이 간다.

 

그러나 세종이 여주 쌀을 먹었다는 기록은 없다.

게다가 돌아가신 후 여주에 묻힐 계획도 없었다. 서울 내곡동에 능을 마련했는데 나중에 예종 1년에 여주군 능서면으로 이장한 것이다. 그런데도 임금님 쌀은 통한다. 세종대왕과 쌀을 결합한 스토리를 만든 것이다. 능서면은 지금 세종대왕면으로 지명을 바꾸었다. 스토리텔링의 힘은 크다.

 

봉평 메밀

봉평 메밀 막국수
봉평 메밀 막국수

 

메밀 하면 어디가 떠오르는가. 아마도 봉평일 것이다. 소설『메밀꽃 필 무렵』때문이다. 원래 강원도를 비롯해 산간 지방은 메밀을 많이 심고 많이 재배한다. 봉평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소설로 축제를 만들고 문학관도 만들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간다. 덕분에 봉평 메밀은 전국에서 최고로 쳐준다.

 

정작 메밀은 강원도보다 제주도가 더 많이 재배한다. 그러나 강원도가 더 알려졌다.

제주도가 수확량이 더 많아도 봉평이 유명하니까 제주도산이 봉평에서 팔리기도 한다.

 

이북식 순대

속초 아바이순순대마을
속초 아바이순순대마을

 

속초에 가면 ‘아바이 마을’이 있다.

이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모여 살다가 이북식 순대를 만들어 팔았다. 순대는 이북에 계셨던 우리 아바이가 드셨던 거라고 스토리를 만들어서 팔았다. 순대는 명성을 얻고 ‘아바이 마을’은 명소가 되었다.

역사적 사실만 가지고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 아니다. 평창의 ‘소도둑놈 마을’은 아주 오래전 마을 뒷산에 산적들이 살았었다고 스스로 마을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 자기들 스스로 소도둑이라고 칭하고 마을 이장은 두목이라고 불러달라면서 소도둑 체험을 하고 있다. 소도둑 스토리를 사람들이 무척 재미있어한다. ‘소도둑놈 마을’은 우수 체험 마을이다.

 

귀농/귀촌 스토리 만들다

몇몇 지역의 사례를 들었다.

스토리텔링은 개인에게도 필요하다.

내가 왜 이 농사를 짓고 있는지, 농사를 지으면서 일어난 일들은 모두 스토리가 된다.

귀촌을 결심한 사연, 귀촌하여 살면서 일어난 일들 모두 스토리다. 스토리를 각색하고 다듬어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재미있게 풀어 전해줄 때 사람들은 호응한다.

 

사과 깡패

포천 사과깡패
포천 사과깡패

 

포천의 사과 농장은 농장 이름 하나로 북부 지역 사과를 평정했다. 농장 이름이 ‘사과 깡패’이다.

선글라스를 낀 사과를 캐릭터로 만들고 농장 앞에 조형물로 떡하니 얹어 놓으니 사람들이 열광한다. 구태여 자기 농장 사과의 맛과 품질을 소개할 필요도 없다. 자기 소개할 때 ‘안녕하세요. 사과 깡패예요’라고 말하면 게임 끝이다.

본디 보험업과 공직에 있던 부부가 개장한 사과 농장은 10년도 안 되어 명소가 되었다.

‘사과 깡패’라는 브랜드 속에 숨어 있는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조류 보호 운동을 하며 족발집을 운영하는 귀촌인

양평 시장에서 조류 보호 운동을 하며 족발집을 운영하는 귀촌인이 있다. 철새와 족발은 매칭이 안 된다. 그런데 족발집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철새를 사랑해 달라고 말하니, 새를 보러 온 사람들은 모두 그 족발집을 향한다. 보통 족발집은 맛과 향, 한약재 정도를 자랑하는데 그것보다 새를 사랑하는 사람이 만드는 족발 스토리가 더 힘이 세다.

오랜 서울 생활을 접고 귀촌하여 전원생활을 하는 김예슬 씨는 스스로 자신이 그다지 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해 왔다. 주부로서 경제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마당 한편에서 봄날의 햇살을 맞으며 움터 나오는 달래를 발견하고 양념에 무쳐 먹고는 인생이 달라졌다. 마당과 텃밭에서 올라오는 풀떼기들이 알고 보니 훌륭한 식재료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시골 아주머니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서울에서 온 그에게는 신세계였다. 그는 지금 무언가 뜯고 말리고 데치고 무치고 덖어 먹는 맛에 살고 있다. SNS에 조리 사진과 스토리를 올린다. 누가 알아주지 않으면 어떠랴. 귀촌하여 사는 이유를 달래에서 찾았다. 자연의 식재료가 주는 기쁨을 누리는 재미에 푹 빠졌다. 이제는 누가 왜 귀촌했냐고 물으면 대답할 것이 생겨서 좋다.

 

결론

귀농귀촌을 하여 선발 주자를 따라잡고 싶다면 스토리텔링을 고민하라.

그리고 좋은 스토리텔러가 되어라. 그러면 사람들은 훌륭한 팬이자 고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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